맑고 편안한 담재
완성
디자이너 최지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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행간 1.5
  • 담재-Regular

    아이들을 남자와 여자 아이로 선별한다. 농촌이 나의 망막을 청색 우단처럼 펼쳐주는 일과 마찬가지로 나는 걸상을 문 밖에 내놓고 교회당으로 가고 오는 길목 어귀를 너의 풀잎으로 푸르게 한다. 아카시아 내음에 섞이는 하모니카 소리는 얼마나 단정한가. 너는 유월처럼 천천히 계절의 걸상에 앉아 털 스웨터를 짜고 털 스웨터 속으로 교회당이 잠들고 나무들은 조용히 두 손을 내리고 논물은 들판 아래로 내려가고 더운 비가 염소의 하얀 등에 내려 풀잎들을 아침 우유로 바꾸어준다. 이 편안함이 나를 농촌으로 일구어주는 것일까. 나무에게 나의 맑은 피를 주사하고 싶다. 녹슨 교회당 지붕에도 유리병 속의 먼 별에게도 너의 부푼 아침에게도 나의 한없이 맑고 붉은 피를 주사하고 싶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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